EU 집행위원회가 틱톡의 For You 피드를 두고 디지털서비스법(DSA) 위반이라는 잠정 판단을 내놨다. 집행위는 설계를 바꿔야 한다며 영상을 얼마나 오래 봤는지, 즉 시청 시간을 추천 신호에서 빼라는 예를 들었다. 확정된 결정은 아니고 원문에는 국내 계정에 적용되는 변화가 없어, 국내 이용자만 겨냥한 계정은 당장 운영을 바꿀 사유가 없다. 유럽 이용자에게 노출되는 계정이나 글로벌 캠페인 담당자는 이후 절차를 확인해야 한다.

집행위가 문제 삼은 것은 추천 알고리즘이 슬픔, 고립, 몸매 관련 영상을 계속 보여주는 구조를 제대로 평가하지도, 막지도 못했다는 점이다.

마케팅 전문 매체 PPC Land는 집행위가 2026년 11월 6일 브뤼셀에서 발표한 보도자료(IP/26/2361)를 바탕으로 이 소식을 전했다. 이 기사는 PPC Land 한 곳의 보도를 근거로 한다. 아래 내용 가운데 집행위 판단은 발표문을 PPC Land가 옮긴 것이고, 광고주와 크리에이터에게 미칠 영향은 PPC Land의 해석이다.

집행위가 문제 삼은 '토끼굴 효과'

집행위가 지목한 현상은 이른바 '토끼굴 효과'다. 이용자가 어떤 종류의 영상에 반응할수록 알고리즘이 비슷한 영상을 더 추천하는 되먹임 구조를 말한다. 집행위는 이용자가 체중 감량이나 몸매 관련 영상을 반복해서 보거나 좋아하면 시스템이 이를 관심의 긍정 신호로 읽고 같은 영상을 더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집행위는 이 구조가 슬픔이나 불안, 신체 불만족, 자존감 저하를 키울 수 있고 기존 섭식장애와 정신 건강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봤다. 영향을 받는 대상은 미성년자만이 아니라 취약한 성인까지 포함한다고 밝혔다. PPC Land는 몇 년간 소셜미디어 피드를 겨냥한 입법과 소송이 주로 아동에 집중됐던 것과 다르다고 짚었다.

위험 평가와 위험 완화, 두 의무를 위반했다는 판단

집행위의 잠정 판단은 DSA가 초대형 온라인 플랫폼에 지우는 두 가지 의무에 걸쳐 있다. 하나는 34조의 위험 평가 의무이고, 다른 하나는 35조의 위험 완화 의무다.

위험 평가에서는 틱톡이 추천 알고리즘이 이용자를 토끼굴로 이끌 수 있는 경로를 충분히 평가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완화 의무에서는 틱톡이 비례적이고 합리적이며 효과적인 조치를 하지 못했다고 봤다. 틱톡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집행위도 틱톡이 이미 일부 조치를 도입했다고 인정했다. 문제는 그 조치가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집행위가 든 근거는 세 가지다. 영상을 다양하게 추천하려는 조치가 비슷한 영상의 추천 빈도를 충분히 줄이지 못한다. 이용자 통제 도구는 '관심 없음' 버튼을 눌러도 피드가 바뀌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는 등 실효성이 부족하다. 알고리즘이 이용자가 덜 보겠다고 선택한 의사보다 시청 시간을 우선한다.

집행위가 예시로 든 변경 요구 네 가지

집행위는 진단에서 멈추지 않고 틱톡이 For You 피드의 설계를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예시는 네 가지다. 이용자가 직접 밝힌 선호를 더 활용하고, 시청 시간을 추천 지표에서 끄고, 이용자 통제 기능을 더 찾기 쉽고 쓰기 쉽게 만들고, 알고리즘을 정기적으로 시험하라는 것이다.

여기서 명시적 신호와 암묵적 신호의 구분이 중요하다. 팔로우, 주제 선택, '관심 없음' 클릭은 이용자가 말한 선호다. 영상이 화면에 얼마나 머물렀는지는 이용자가 행동으로 남긴 신호다. 짧은 영상 플랫폼은 후자를 매우 많이 쓴다. 영상마다 자동으로 쌓이고 이용자가 따로 결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구체적인 기준은 발표문에 없다. 기술 표준도, 시한도, 정기 시험의 주기도, 변경이 모든 이용자에게 적용되는지도 밝히지 않았다. 네 가지는 '예를 들어'라는 단서를 붙인 예시다. 이런 세부 사항은 보통 최종 결정이나 회사가 내놓는 이행 약속 단계에서 정해진다.

잠정 판단이라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이번 판단은 잠정적이며 최종 결과를 미리 정하지 않는다. 틱톡은 이제 집행위의 조사 기록을 열람하고 서면으로 답변할 수 있다. 같은 시기에 유럽디지털서비스위원회(European Board for Digital Services)에도 의견을 구한다. 집행위가 입장을 확정해 위반 결정을 내리면 전 세계 연간 총매출의 최대 6%까지 과징금을 물릴 수 있다.

PPC Land에 따르면 틱톡은 AP통신의 논평 요청에 즉시 응답하지 않았다. 집행위는 조사가 틱톡의 위험 평가 보고서, 내부 데이터와 문서, 여러 차례의 정보 제공 요청에 대한 답변을 분석하고 정신의학 등 분야의 전문가를 인터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조사에는 틱톡 유럽 사업이 자리한 아일랜드의 디지털서비스 조정기관(Coimisiún na Meán)이 지원했다. 발표문에는 구체적인 수치가 하나도 없다. 비슷한 영상이 한 피드에 얼마나 자주 반복되는지, 영향받는 이용자가 몇 명인지, 시청 시간의 가중치가 얼마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하나의 절차에서 나온 네 번째 판단

이번 발표는 집행위가 2024년 2월 19일 틱톡을 상대로 연 정식 절차의 일부다. 추천 시스템의 토끼굴 효과는 처음부터 조사 범위에 있었고, PPC Land의 계산으로는 절차 개시 후 991일 만에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이 나왔다.

앞서 2025년 10월 24일에는 틱톡과 메타가 연구자에게 공개 데이터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아 투명성 의무를 위반했다는 잠정 판단이 나왔다. 2025년 12월에는 광고 투명성 부분이 구속력 있는 이행 약속으로 마무리됐다. 2026년 2월 6일에는 무한 스크롤, 자동 재생, 푸시 알림, 고도로 개인화된 추천 시스템을 이유로 중독적 설계가 DSA 위반이라는 잠정 판단이 나왔고, 틱톡은 당시 이를 사실과 다르고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2026년 7월에는 미성년자 보호와 관련한 잠정 판단이 추가됐다.

2월 판단과 이번 판단은 모두 추천 시스템을 겨냥하지만 해악이 다르다. 2월은 이용자가 의도보다 오래 스크롤하게 만드는 기능, 곧 과몰입이 쟁점이었다. 이번은 알고리즘이 무엇을 계속 보여주는지, 곧 콘텐츠 쏠림이 쟁점이다. 사용 시간 제한에 걸린 이용자도 그 시간 내내 토끼굴 안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 PPC Land의 설명이다. 같은 논리는 메타에도 적용됐다. 집행위는 2026년 7월 10일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이 중독적 설계로 DSA를 위반했다는 잠정 판단을 내렸다.

마케터에게도 영향이 닿을 수 있다

PPC Land는 마케팅 관점의 의미를 토끼굴이라는 이름보다 집행위가 지목한 신호에서 찾았다. 시청 시간은 짧은 영상 추천에서 가장 기본적인 입력값 중 하나이고, 집행위의 잠정 판단이 유지되면 유럽에서 영상이 얼마나 멀리 퍼질지를 가르던 지표가 추천 입력에서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크리에이터와 브랜드 계정은 팔로워 목록보다 알고리즘 추천으로 이용자를 만나는 비중이 크다. 그래서 선호를 더 반영하고 시청 행동을 덜 반영하는 순위 체계가 도입되면 어떤 오가닉 영상이 얼마나 퍼지는지가 달라질 수 있다고 PPC Land는 해석했다. 다만 발표문에는 크리에이터나 브랜드, 도달 범위에 관한 언급이 없어 변화의 크기는 가늠할 수 없다.

광고는 별개 문제다. 이번 판단은 For You 피드의 콘텐츠 추천에 관한 것이고 광고 노출이나 타기팅은 다루지 않았다. PPC Land는 틱톡 광고 상품이 비슷한 주의력 신호에 기대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2026년 5월 소개된 브랜드 고려 광고(Brand Consideration Ads)는 영상이 6초 시청까지 이어진 비율을 주의력 품질의 대리 지표로 삼는 광고 상품이다. 이번 발표문은 이런 상품을 건드리지 않았다.

국내 마케터가 확인할 것

이번 판단은 EU 집행위가 EU 시장의 틱톡 서비스에 대해 내린 것이다. 원자료에는 한국을 포함한 다른 지역 계정에 즉시 적용되는 변화가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국내 이용자만 겨냥한 계정이라면 당장 운영을 바꿀 사유는 없다.

유럽 이용자에게 노출되는 계정이나 글로벌 캠페인을 다루는 담당자라면 사정이 다르다. 시청 시간을 추천 신호에서 빼라는 요구가 최종 결정으로 이어지는지, 틱톡이 서면 답변과 이행 약속에서 어떤 설계 변경을 내놓는지가 확인할 지점이다. 집행위 공식 발표문(IP/26/2361)을 직접 읽고 절차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광고 상품에 미칠 영향은 이번 발표문이 다루지 않았으므로 별도로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