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디지털마케팅 시장 규모를 말할 때 자주 인용되는 숫자가 있다. 2025년 87억 달러, 2035년 311억 달러다. 출처는 시장조사 업체 익스퍼트마켓리서치(Expert Market Research)의 보고서다. 이 회사는 한국 디지털마케팅 시장이 2025년 약 87억 달러에서 2026~2035년 연평균 13.6% 성장해 2035년 약 311억 달러가 된다고 전망했다. 10년 사이 약 3.6배 커진다는 계산이다.

이 숫자를 예산 계획의 근거로 쓰기 전에 짚어 볼 점이 있다. 민간 업체의 유료 보고서 전망치이고, 공개된 요약에는 시장을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방법으로 추정했는지가 자세히 나오지 않는다. 같은 시장을 다룬 정부 조사와 나란히 놓고 보면 성장 속도에 차이가 있다.

해외 보고서가 본 성장 분야

익스퍼트마켓리서치는 디지털마케팅을 이메일, 웹사이트, 검색엔진최적화(SEO), 블로그와 팟캐스트, 디스플레이 광고, 모바일, 소셜미디어, 디지털 옥외광고, 온라인 동영상 등 채널별로 나눠 분석했다. 보고서 요약에 따르면 가장 큰 분야는 소셜미디어 마케팅이고, 가장 빠르게 크는 분야는 연평균 18% 성장이 예상되는 온라인 동영상 마케팅이다. 소셜미디어가 앞서는 근거로는 카카오톡이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의 97%에게 쓰인다는 점과 인스타그램, 유튜브 이용을 들었다. 업종별로는 금융, 보험(BFSI)의 성장률을 14.5%로 가장 높게 봤고, 카카오페이, 토스, 네이버페이 같은 핀테크 서비스를 이유로 꼽았다. 성장 요인으로는 2025년 3월 나온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 기반 광고 기능과 카카오 광고 매출 증가를 언급했다. 2026년 9월 23일 갱신된 요약 페이지 기준이다.

정부 조사로 본 실제 광고비

국내 광고비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가 매년 '방송통신광고비 조사'로 집계한다. 2026년 1월 8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2024년 국내 방송통신광고비는 17조 1,263억 원으로 1년 전보다 3.5% 늘었다. 국내총생산(GDP)의 0.75% 규모다. 이 가운데 온라인 광고비가 10조 1,011억 원으로 7.9% 늘어 전체의 59%를 차지했다. 모바일이 7조 7,899억 원으로 온라인 광고비의 77%를 차지했고, PC는 2조 3,112억 원이다. 증가율은 PC가 11.3%로 모바일 6.9%보다 높았다. 모바일 비중이 압도적이지만 PC 광고비도 두 자릿수로 늘었다. 방송 광고비는 3조 2,191억 원으로 5.0% 줄었다.

2025년 전망도 함께 나왔다. 전체 광고비는 17조 2,717억 원으로 소폭 늘고, 온라인 광고비는 10조 7,204억 원으로 6.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방송 광고비는 13.8% 줄어들 전망이다. 2025년 실제 집계치는 다음 조사에서 확인된다. 전체 광고 시장은 제자리에 가깝고, 그 안에서 방송 예산이 온라인으로 옮겨 가는 모습이다.

숫자를 쓸 때 주의할 점

두 자료는 재는 대상이 다르다. 정부 조사는 광고주가 매체에 쓴 광고비를 집계한다. 해외 보고서의 디지털마케팅 시장에는 이메일, 웹사이트, SEO처럼 매체 광고비로 잡히지 않는 활동도 들어간다. 해외 보고서 수치는 달러 기준이어서 환율에 따라 원화 규모도 달라진다. 따라서 두 숫자를 바로 견줘 어느 쪽이 맞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성장률의 차이는 눈여겨볼 만하다. 정부 조사의 온라인 광고비 증가율은 2024년 7.9%, 2025년 전망 6.1%로, 해외 보고서가 10년 평균으로 잡은 13.6%의 절반 수준이다.

시장 규모를 인용할 때는 출처와 범위를 함께

내부 보고나 예산 제안서에 시장 규모를 인용할 때는 출처와 범위를 함께 적는 편이 안전하다. 실제 매체 집행 규모와 증가율을 근거로 삼으려면 매년 발표되는 정부 광고비 조사가 기준점이 된다. 해외 보고서의 장기 전망은 어느 채널이 빠르게 큰다고 보는지 방향을 참고하는 용도로 쓰는 것이 맞다. 정부 조사로 보면 온라인 광고비는 늘고 있지만 전체 광고비는 거의 그대로다. 새 채널 예산은 시장 전체가 커지기를 기다리기보다 기존 예산을 옮겨서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